맛도 쓰고 색도 검은 것이 도무지 맛있어 보일 수가 없는 커피는 신기하게도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 오고 있습니다. 역사를 거쳐 간 수많은 예술가와 정치가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커피에 대한 사랑의 찬사를 보냈는데 커피가 단순이 마시는 음료이기만 했다면 과연 이런 커피 예찬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커피는 예술가와 정치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삶과 열정 그 자체였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작가 헤밍웨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커피를 즐긴 유명인사는 많습니다. 작가들은 더욱 커피와 친숙했던 것 같습니다. 20세기 미국 문학의 전설이자 현대 문학의 거장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역시 작품 속에서 자주 커피를 등장시킬 정도로 커피를 즐긴 애호가였습니다.
1899년 미국 시카고 인근 오크파크에서 태어난 헤밍웨이는 의사인 아버지와 오페라 가수이자 음악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강인하고 조용한 남자의 표본인 아버지와 당차고 잔소리가 많은 어머니는 기질 차이 때문에 자주 싸웠습니다. 가정의 많은 부분에서 주도권을 가진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집안에서 무척 초라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즐거움이 있다면 아들 헤밍웨이와 함께 낚시를 하거나 사냥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충분한 돌봄과 사랑을 받지 못했고 본인의 교육관과 가치관을 강요한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헤밍웨이가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서로 잘 지낸 것 같습니다. 훗날 아버지의 권총 자살에 대해 헤밍웨이는 어머니의 지나친 잔소리 때문이라고 믿었습니다. 헤밍웨이의 생일에 어머니는 아버지가 자살에 썼던 권총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들에게 정서적 학대라고 할 정말 믿을 수 없는 어머니의 행동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 때문에 가정에 대한 단란하고 행복한 기억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헤밍웨이의 커피사랑
헤밍웨이의 커피사랑은 1920년대 빛의 도시 파리에서 시작됩니다. 빛의 도시 파리는 창의성과 카페인에 대한 공통된 사랑으로 함께 모인 예술가, 작가, 지식인들의 안식처였습니다. 헤밍웨이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는 빠르게 도시의 활기 넘치는 카페 문화의 중심으로 들어갑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는 문학 엘리트들이 활발하게 모이는 유명한 카페 드 플로르였습니다. 여기에서 컵이 부딪히는 소리와 즐거운 대화들의 속삭임 속에서 헤밍웨이는 진한 블랙커피를 마시며 연료를 공급받으며 자신의 글에 대한 영감을 얻었고, F. 스콧 피츠제럴드와 거트루드 스타인과 같은 동료 유명인들과 평생의 우정을 쌓았습니다.
대서양을 건너 햇살이 가득한 쿠바 해안은 헤밍웨이가 애정을 갖고 있는곳입니다. 헤밍웨이는 그곳에서 수년 동안 낚시하고 술과 커피를 마시고 활기찬 지역 문화를 만끽하였습니다. 쿠바 커피는 헤밍웨이의 마음속에 특별한 자라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크기의 작은 컵에 담긴 풍부하고 흙내나는 강력한 맛의 양조주인 카페 쿠바노 형태 커피를 즐긴 헤밍웨이는 야자수 그늘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헤밍웨이에게 쿠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은 단순한 아침 의식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것은 섬과 섬주민들의 활기찬 정신과 연결되는 동지애의 의식이었습니다.
헤밍웨이가 말년에 집을 지은 멕시코만의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의 해안에서 그는 낚시, 글쓰기, 커피 마시기 등 섬 생활의 소박한 즐거움에서 위안과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의 이름을 따 별명으로 불리는 커피가 있는가 하면, 과거 헤밍웨이가 머물렀던 스페인, 쿠바 등지의 카페는 그 정취를 조금이라도 느껴보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합니다. 평소 트위트를 즐기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140자의 헤밍웨이"로 표현할 정도로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작가 중 한 사람인 헤밍웨이 그러나 그가 전설적인 작가로 사랑받는 이유는 비단 뛰어난 문학성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전쟁터에 나가 기자로서 종군하며 굴곡진 삶을 산 것은 물론 '마초' '하드보일드적 문체' '잃어버린 세대' 등 그를 둘러싼 많은 얘깃거리 때문이기도 합니다. 들어만 보아 정확히 알지 못했거나 아이콘처럼 소비했던 그의 삶에 대한 일부를 우리는 커피를 통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헤밍웨이는 칵테일과 럼을 비롯한 술과 함께 커피를 즐기기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가 작품을 집필하는 동안에는 어김없이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는 눈꺼풀이 얇아 "반백 년 동안 일출을 봐왔다"라고 말할 정도로 빛에 민감해 이른 아침에 일어나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중에 커피가 자주 등장합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배경이 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그가 스페인에 머물면서 쓴 작품으로 1888년 오픈해 현재 약 130년이 넘은 이 카페에서 헤밍웨이는 광장을 바라보며 사색하고 글을 썼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마신 유명한 커피 중 하나는 바로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AA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케냐에서 킬리만자로산 저편에 있는 탄자니아의 커피를 마시면서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했습니다.
헤밍웨이의 작품과 커피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스페인 팜플로나 있는 카페 이류냐는 황소달리기로 유명한 연례 산 페르민 축제 기간 동안 그가 팜플로나를 방문했던 것에서 비롯되었으며, 헤밍웨이는 1923년 처음으로 이 축제에 참석했고 도시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에 매료되었습니다. 카페 이류냐는 팜플로나 중심부의 주요 위치 덕분에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정교한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 화려한 목공예품, 안락한 좌석으로 장식된 카페 내부는 헤밍웨이에게 문학적 활동을 즐기면서 플라자 델 카스타요의 분주한 활동을 관찰할 수 있는 아늑한 휴식처를 제공했으며, 카페 이류냐에서 지내던 중 팜플로나와 산 페르만 축제를 주요 소재로 한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한 장면의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카페 이루냐는 팜플로나의 소중한 랜드마크로 남아 있으며 풍부한 유산을 보존하고 헤밍웨이의 흔적과 팜를로나를 맛보고자 하는 방문객들에게 꼭 가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또 다른 커피는 쿠바의 크리스털 마운틴입니다. 그는 주로 미국 키웨스트 섬과 쿠바에서 집필 활동을 했는데,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바로 쿠바의 조그만 어촌 마을 코히마르이며 작품의 실제 모델도 마을 주민이었습니다. 그가 글을 쓰면서 마신 커피가 바로 쿠바를 대표하는 크리스털 마운틴 커피 그래서 쿠바의 크리스털 마운틴은 '헤밍웨이의 커피'로 더 유명합니다. 헤밍웨이에게 커피는 암울한 세상 한복판을 견디는 한잔의 위안이자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마중물과 같았습니다. 헤밍웨이의 커피 세계를 여행하면서 그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이었다는 것입니다. 커피는 그의 모험에 활력을 불어넣고 삶의 기복을 헤쳐나가도록 그를 지탱해 준 뮤즈이자 동반자이자 의식이었습니다. 파리의 분주한 카페에서 키웨스트의 고요한 해안에서 커피는 늘 그와 함께 하였습니다.